봄. 14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7)

“저 쪽에 가면 더 좋은 게 있을지도 몰라” 모텔 관리인 바비는 모텔 주차장에 들어온 세 마리의 새에게 그렇게 말한다. 마치 스쿠티, 무니, 젠시 세 명의 아이에게 말을 하듯이. 분명 아이들에게는 매직 캐슬보다 반대편에 있는 디즈니랜드가 좋을 것이다. 가난하지도 추한 것을 보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곳이니. 바비는 아이들이 그런 곳에서 자라기 바란다. 그래서 핼리에게 아빠 같은 조언을 하고 기꺼이 자신의 돈 10달러도 쓴다. 뉴저지에서 온 아동 성애자 일지도 모르는 소다를 마시고 싶은 사람도 쫓아낸다. 바비는 그런 어른이다. 하지만 바비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아동국 직원이와도 조용히 지켜본다. 우리는 그들은 동정한다. 도와주고 싶어한다. 마치 바비처럼.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봄./영화. 2020.10.21

<사랑을 카피하다(Copie conforme)>(2010)

현실로써의 영화, 영화로써의 현실. 제임스와 그녀가 진짜 부부인지 부부인 척 하는지는 알 수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보다 보면 앞부분이 부부 아닌 척 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제임스는 진품만큼 훌륭한 복제를 옹호한다. 그녀는 책의 팬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동생인 마리가 팬이다. 초반부를 보면 그녀는 진품을 옹호한다. 그녀는 팬이 아니지만 팬인척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그녀는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동생이라고 말하는 마리일 수도 있다. 그녀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그녀의 동생이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 마리는 비슷한 혹은 같은 얼굴을 해도 관객은 모른다. 그녀가 진품을 좋아하는지 진품만큼 훌륭한 복제를 옹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어의 활용은 흥미로운 부분으로 다가간다...

봄./영화. 2020.10.21

<하나 그리고 둘(Yi Yi)>(2000)

인생은 그렇게 흐른다. 영화의 시작은 결혼식이다. 정확히 따지면 생명의 시작이다. 아디의 부인인 샤오린에 배 속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름이 없는 양양의 사촌 동생이 있다. 영화는 그 생명의 시작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는 할머니의 장례식이다. 영화는 생명의 시작과 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전체가 인생 전체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영화에서 인생은 반복되어 있다. 양양에서 팅팅의 이야기, 그리고 NJ의 이야기는 반복이다. NJ는 셰리와 과거의 추억을 말한다. 그 추억 속 이야기는 NJ의 자녀인 팅팅과 양양의 현재와 비슷하다. 양양도 사랑인지는 모르지만 한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팅팅은 패티와 영화를 보고 횡단보도에서 손을 잡으며 함께 호텔에 간다. 그 모든 과정은 셰리와 NJ의 과거다. 그..

봄./영화. 2020.10.21

<우리집>(2019)

'우리'와 '집'을 깰 때 보이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것은 계란 요리다. 껍질이라는 딱딱한 보호막을 깨야 하는 요리들. 집도 계란의 껍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라는 집단도 깼을 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계란을 깨고 노른자와 흰자 그리고 파, 마늘 같은 것을 버무려 요리를 한다. 경계를 허 무르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요리는 탄생한다. 집, 우리, 가족 그 속에 담긴 경계를 허무르고 어울리는 과정을 말하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 유미가 하나에게 "우리 언니 해줄거지?" 묻는다. 하나의 대답은 "너희 언니"다. 한국어의 어법상 '우리'와 '너희'라는 대답이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라는 단어와 '너희'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서로 간의 차이..

봄./영화. 2020.10.20

<안젤리카의 이상한 사건(O Estranho Caso de Angélica)>(2010)

죽어있는 것에 매혹을 느끼는 카메라. 그래서 더욱 살아있는 예술. 예술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어있는 과거에 더 매혹을 느낀다. 그리고 예술은 과거의 시간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카메라는 죽은 것을 담아낸다. 카메라를 지나는 순간 시간은 머무르고 그 죽은 것이 안된다. 그 시간은 프레임 안에서만 살아있고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삭은 예술가다. 카메라를 들고 죽은 것을 찍기 시작한다. 프레임 안에 어떠한 형태를 담고 그 것을 머무르게 한다. 죽은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머무르고 그 속에 가두어진 상태다. 이삭은 계속 해서 죽은 것을 찍고 죽은 것에 매혹되어 있다. 안젤리카의 죽은 모습을 찍는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쟁기질을 찍는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도 그려졌지만 그는 문틈 프레임에 자주 등장..

봄./영화. 2020.10.20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愚行錄)>(2016)

인간 세상에 대한 믿음도 희망도 없네. 시기와 질투, 상승 욕망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좀 심한 데 라는 생각은 든다. 저 정도로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있어라는 생각과 저 정도로 계급화된 대학교가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도 평범한 삶을 살아서 그런지 혹은 타인의 속마음을 모르는 넌씨눈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화니까라는 생각에서 본다면 그렇게 무리는 아니다.(그래서 생활 공감은 안 됐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츠마부키 사토시, 미츠시마 히카리 둘 다 연기를 잘 하는잘하는 배우이니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대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미츠시마 히카리가 독백을 하는 장면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 생각이 든다. 의중을 알 수 없..

봄./영화. 2020.10.20

<아메리칸 팩토리(American Factory)>(2019)

우리 시대 노동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결국 자본과 노동의 문제. 중국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공장을 보여주며, 중반부까지는 미국과 중국의 문화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 가면 결국은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노동의 문제임을 말한다. 중국계 자본의 유입--> 미국 노동자와 중국 노동자 --> 중국 공장 방문 --> 미국 공장 파업 --> 기계화되는 노동. 기승전결의 사단 구성으로 이루어진 느낌을 준다. 다큐멘터리지만 분명한 분기점과 변화를 만들어서 확실한 변화를 이루어내는 구성을 보여준다. 구성이 잘 짜인 느낌을 준다. 촬영 방식이나 구성도 괜찮다. 외부자들이 없이 철저하게 공장과 관계된 사람만 나온다. 중국인 회장, 중국인과 미국인 노동자 등만 나온다. 지역 ..

봄./영화. 2020.10.19

<해피아워(ハッピーアワー)>(2015)

이해와 연대는 자신의 시선으로 상대방을 보는 게 아니라 잠시나마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관계는 원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인지, 아니면 갈 길을 갈 수 있게 붙잡지 않는 것인지. 연대와 개인은 따로 그리고 같이. 우선 5시간이 넘는 영화인데 신기할 정도로 안 지루하고 재미있다. 몰입도 잘된다. 대사와 상황을 정말 잘 만들었다. 사실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다 알 수는 없겠다. 하지만 매력 있다. 그리고 계속 보게 된다. 시나브로 영화가 관객에게 스며들기 위해 5시간은 길지 않은 충분한 시간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준이다. 준은 4명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게 이어 준 연결점이기도 하지만 친구 간에 갈등을 시작하게 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연결을 시..

봄./영화. 2020.10.19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2019)

밝혀내는 것은 범인이 아니라 상류층과 미국의 위선이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보다 미국 사회를 보는 블랙코미디. 이 작품이 반전이나 추리 자체는 뛰어나지 않다. 범인은 대략 유추가 가능하고 마지막 반전도 치밀하지 않다. 범인을 찾는 추리적 요소를 즐기고 싶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또한 화려한 캐스팅이지만 많은 많은 캐릭터와 배우들 특히 트럼비 가의 사람들이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진 것은 분명 아쉬움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소위 말하는 애거사 크리스티 식의 클래식한 추리물이라는 점이다. 거대한 대저택, 유산을 둘러싼 다툼, 그리고 그 속에 개입된 간병인과 가정부, 미지 의뢰인에게 의뢰받은 탐정 등 고전 추리 소설의 요소들을 잘 활용하다. 고풍스러운 집안의 풍경, 정신이 ..

봄./영화. 2020.10.19

<유레루(ゆれる)>(2006)

흔들리는 것은 진실인지 형제관계인지 모르겠다. 영화 속 진실은 곧 형제애이고 형제애는 곧 진실을 만들어낸다. 동생만이 유일한 증인인 상황에서 동생의 형에 대한 마음이 진실이 된다. 그렇다면 동생의 흔들리는 마음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가 이 영화에 질문이자 주제가 된다. 영화 속에서 두 형제가 등장한다. 하나는 다케루 형제, 또 다른 하나는 다케루의 아버지와 큰아버지다. 두 형제는 상반된 형과 동생이 있다. 다케루의 큰아버지는 변호사이지만 다케루의 아버지는 기름집을 한다. 둘의 사이는 좋지 않고 둘은 보면 다툰다. 다케루 형제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자유롭게 사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형. 서로가 서로를 부려워한다. 다케루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자세히 그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추측할 수 있다. 장남을 ..

봄./영화. 202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