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에 대한 믿음도 희망도 없네. 시기와 질투, 상승 욕망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좀 심한 데 라는 생각은 든다. 저 정도로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있어라는 생각과 저 정도로 계급화된 대학교가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도 평범한 삶을 살아서 그런지 혹은 타인의 속마음을 모르는 넌씨눈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화니까라는 생각에서 본다면 그렇게 무리는 아니다.(그래서 생활 공감은 안 됐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츠마부키 사토시, 미츠시마 히카리 둘 다 연기를 잘 하는잘하는 배우이니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대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미츠시마 히카리가 독백을 하는 장면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 생각이 든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한 형태를 유지하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도 극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도 깔끔하다. 과장된 부분 없이 차가운 느낌을 잘 보여 준다. 특별한 감정을 자아내기 위해 과장된 연출보다는 인물의 연기와 이야기의 분위기에 맞춘 연출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테이크가 길지만 긴장감을 유지한다. 적당한 슬로운 모션과 클로즈업 등을 활용해 감정에 맞는 연출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소재나 내용은 자극적인 자극적인 장면은 없는 점도 좋았다. 물론 이미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핵심만 안 보여준 거지만 그것도 어디인가 이 세상에 자극만 추구해서 도덕적인 부분은 버린 작품도 많으니. 특히 다나카가 마무리 부분에서 행하는 행동은 카페의 유리창을 통해서 먼 곳에서 찍는다. 지극히 건조하게 찍어서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차가운 이 세상을 보여주는 듯.
수미상관 구조는 이 영화가 단순히 주인공들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처음에 영화는 버스에 탄 인물들을 보여주다가 주인공에서 멈춘다. 우리 모두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로 들어간다는 선언 같다. 마지막도 버스에서의 장면이다. 주인공에서 시작된 카메라는 버스 내부를 훑고 나서 다시 주인공에서 끝난다. 버스를 전반적으로 훑어내는 카메라는 우리가 이 주인공과 다른가 질문하는 것 같다. 첫 장면에서 카이저소제 같은 행동을 하는 다나카처럼 우리 모두 그렇게 사는 것 아닌까. 사소하게나마 할머니를 앞에 두고 피곤해서 잠든 척하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못 본 척하는 우리들이니.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다르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다나카. 그가 선인지 악인지. 그를 넘어서 우리들을 선이나 악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 정도는 아니겠지만 비밀을 가지고 타인을 숨기고 속이는 우리는 삶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타인을 속이고 비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가 이 사람이 단순한 악인이라서는 아니다. 이 영화는 계속 그것을 말한다. 개인의 나쁜 행동, 지탄받아 마땅한 행동들이 어디서 어떻게 유래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계급주의 사회, 가정 폭력, 선정적인 저널리즘, 인간관계, 자본주의에서 성공 등 수많은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난잡하다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말 그대로 인간군상을 담는다. 차갑고 침착한 분위기 안에서 영화는 흐른다. 그렇다고 그 것들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희망도 믿음도 없는 세상을 보여주면 그저 그렇지 않을까 하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풀어낸다. 죽은 나츠하라와 타코우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산 자는 입을 가지고 수많은 이야기를 한다. 분명 나츠하라와 타코우는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들은 악인이라 사회가 원하는 인간이니 그들은 본성에 따른 그저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르니.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삶을 위한 선택과 각자의 진실만을 말하니. 그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나오는 결과는 어느 누구도 쉽게 재단할 수 없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정말이지 이런 느낌은 일본영화 밖에 찾을 수 없다. 그게 장점인지 단점이지. 혹은 내가 가진 한 국가에 대한 편견인지 모르지만
[2020. 3. 8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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