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4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愚行錄)>(2016)

인간 세상에 대한 믿음도 희망도 없네. 시기와 질투, 상승 욕망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좀 심한 데 라는 생각은 든다. 저 정도로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있어라는 생각과 저 정도로 계급화된 대학교가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도 평범한 삶을 살아서 그런지 혹은 타인의 속마음을 모르는 넌씨눈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화니까라는 생각에서 본다면 그렇게 무리는 아니다.(그래서 생활 공감은 안 됐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츠마부키 사토시, 미츠시마 히카리 둘 다 연기를 잘 하는잘하는 배우이니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대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미츠시마 히카리가 독백을 하는 장면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 생각이 든다. 의중을 알 수 없..

봄./영화. 2020.10.20

<해피아워(ハッピーアワー)>(2015)

이해와 연대는 자신의 시선으로 상대방을 보는 게 아니라 잠시나마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관계는 원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인지, 아니면 갈 길을 갈 수 있게 붙잡지 않는 것인지. 연대와 개인은 따로 그리고 같이. 우선 5시간이 넘는 영화인데 신기할 정도로 안 지루하고 재미있다. 몰입도 잘된다. 대사와 상황을 정말 잘 만들었다. 사실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다 알 수는 없겠다. 하지만 매력 있다. 그리고 계속 보게 된다. 시나브로 영화가 관객에게 스며들기 위해 5시간은 길지 않은 충분한 시간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준이다. 준은 4명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게 이어 준 연결점이기도 하지만 친구 간에 갈등을 시작하게 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연결을 시..

봄./영화. 2020.10.19

<유레루(ゆれる)>(2006)

흔들리는 것은 진실인지 형제관계인지 모르겠다. 영화 속 진실은 곧 형제애이고 형제애는 곧 진실을 만들어낸다. 동생만이 유일한 증인인 상황에서 동생의 형에 대한 마음이 진실이 된다. 그렇다면 동생의 흔들리는 마음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가 이 영화에 질문이자 주제가 된다. 영화 속에서 두 형제가 등장한다. 하나는 다케루 형제, 또 다른 하나는 다케루의 아버지와 큰아버지다. 두 형제는 상반된 형과 동생이 있다. 다케루의 큰아버지는 변호사이지만 다케루의 아버지는 기름집을 한다. 둘의 사이는 좋지 않고 둘은 보면 다툰다. 다케루 형제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자유롭게 사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형. 서로가 서로를 부려워한다. 다케루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자세히 그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추측할 수 있다. 장남을 ..

봄./영화. 2020.10.19

<아사코(寝ても覚めても)>(2018)

그렇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우선 하고 싶은 말은 배우들의 비주얼이 대유잼이다. 히가시데 마사히로나 카라타 에리카나 정말이지 비주얼이 장난 아니다. 히가시데 마사히로의 피지컬이 너무 좋아서 풀샷을 볼 때나 아니면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나의 성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카라타 에리카도 맑은 얼굴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영화에 한 순간도 몰입이 안 될 수가 없는 비주얼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카라타 에리카의 연기력은 아직은 절레절레 다. 물론 이 영화는 연기력보다는 시선이 중요한 작품이다. 쇼트와 역 쇼트 사이에서 잡히는 얼굴,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시선들이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하다. 그런 시선을 표현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카라타 에리카의 눈빛은 충분하다. 영화는 아사코의 영화다. 외국..

봄./영화. 202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