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 아닌 정치를 말하는 영화.
장르는 법정이지만 그 속은 정치다. 정치와 법이 뗄 수 없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정치와 사상을 말하는 영화다.
우선 영화의 시기다. 누구나 잘 알다시피 미국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잘 알려진 대로 민주당원인 아론 소킨이 투표가 4년에 한 번 있는 혁명의 기회라고 말하는 영화를 공개한 것은 다분하게 의도적이다.
영화의 주인고은 당연히 시카고 7일 것이다. 분량이나 비중은 다르지만 영화의 핵심을 말하는 것은 7명에게 있다. 변호사, 검사, 판사 등 법정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캐릭터들도 있지만 어쨌든 영화의 시작과 주제는 7명에게서 나온다.
7명은 대단히 특이하다.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과 출신을 가진다. 흑인, 대학생 운동권, 히피, 중산층 가장 등 좌파라는 테두리에 묶일 수 있지만 그 방식과 방법은 다르다. 여기에는 페미니즘은 빠졌지만.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소위 '빅텐트' 정당이라고 하는 미국 민주당의 모습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방식을 말하지만 사회는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버니 샌더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각기 다른 출신과 사상을 가진 정치인이 이번 선거에서 조 바이든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이다. 각기 다른 방식과 방법 사상을 설파하지만 그 속에서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가게 하려고 하는 진보 정치를 말하는 듯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보를 말하지만 우리는 결국 하나로 화합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말 같다.
첫 연출작 <몰리스 게임>에서 실망을 안겨준 아론 소킨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준다. 각기 다른 상황의 주인공들을 도입부에 박진감 넘치게 보여 준다. 각자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왜 시카고에 모였는지 간략하지만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시카고 시위 장면은 생략되고 바로 이 재판이 왜 열렸는지 보여주고 곧이어 재판이 이어진다. 재판 과정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시위 당시의 상황과 이전의 상황을 인서트 해서 보여 준다. 마치 숨겨진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가 가미되는 느낌이다. 그들이 과연 선동을 해서 폭력시위를 진짜 부추긴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점차 풀어가는 미스터리의 과정이다. 마지막에는 말에 의한 반전도 있다. 이게 무슨 반전인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 말이고 생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것보다 강력한 반전이고 메시지가 된다.
정치는 생각이고 말이다. 정치인의 무기, 정치의 모든 것은 말과 생각에서 시작된다. 말과 생각이 방해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날개를 잃어버린다. 사소한 말장난 같은 표현들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다. 이 영화는 그런 것을 설명한다. 말의 마술사인 아론 소킨은 쏟아지는 대사들로 영화를 진행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누구보다 말의 중요함을 잘 알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이는 생각과 말에 대한 사소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말의 정치가 얼마나 무서운 지 말한다. 한편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말과 생각들이 하찮지 않고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수많은 배우들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결코 헷갈리는 틈이 없다. 초반부에 등장인물들을 효과적으로 설명한 영화의 탓도 있다. 한편에서는 각기 개성 강한 배우들을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우들은 외모부터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각기 다른 출신 성분에 맞은 액션과 행동을 보인다. 마크 라이언스, 에디 레디메인, 조셉 고든 레빗, 샤샤 바론 코헨 등 유명 배우들의 연기는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인물을 전달한다.
<2020. 10. 18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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